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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되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사회, 리더 포비아

by 21C 사람들 2025. 6. 15.

 

리더가 되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사회

리더가 되기 두려운 시대

리더 포비아는 왜 심해졌을까?

요즘 조직 안에서 리더가 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리더십 역량이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자리로 인식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팀장, 책임자, 리더 같은 역할은 더 이상 명예와 성장의 상징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 희생을 의미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승진과 성공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리더가 되면 감정 노동, 정치적 스트레스, 책임 추궁, 권한 부족 등 실질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체감합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개인의 의지나 성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를 반영합니다. 리더 포비아 현상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 조직이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세대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요인


심리적 요인부터 살펴보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피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특히 리더 역할은 조직 내 다양한 의견과 감정을 조율해야 하고, 때론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위치에 서는 것을 불편하고 피곤한 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리더는 늘 정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에,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리더 역할을 더 회피하게 됩니다.
결국 책임을 진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사회 구조적 문제


여기에 사회 구조적 문제도 큽니다. 현대 조직은 리더에게 많은 책임을 요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명확한 권한과 보상은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리더가 되어도 윗선의 눈치를 봐야 하고, 팀원들과도 거리감 없이 소통해야 하며, 성과 압박까지 감내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통제 권한은 적고 심리적 부담은 훨씬 큰 자리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MZ세대의 특성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전 세대보다 자율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단순한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지향적 세대입니다. 이러한 세대에게 리더라는 자리는 내 삶을 침범하는 스트레스 덩어리로 여겨지곤 합니다.

 

 

조직 문화


마지막으로, 조직 문화 전반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직 차원에서 책임지기보다는 리더 개인에게 전가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성과는 조직의 것이고, 실패는 리더의 몫이라는 구조는 리더가 되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만들고 있습니다.

 



리더 포비아 란 무엇인가?

리더 포비아 Leader Phobia 는 조직 내에서 리더가 되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느끼고, 그 역할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리더 포비아는 리더 역할 그 자체를 감정적으로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심리 반응으로, 자기 내면의 심리 방어기제와 사회적 구조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리더십에 대한 객관적인 능력 유무와 별개로, 스스로를 리더 자리에 올려놓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감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개인의 성향만으로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리더 역할은 더 이상 권한과 명예의 상징이 아닌, 갈등 조정자, 책임의 최종자, 감정 노동자의 역할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리더가 되는 것에 대해 비합리적인 부담감, 불합리한 리스크, 모호한 권한과 책임 구조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리더 포비아는 특정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 직장인 다수에게 확산된 사회적 정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회피 성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팀장 되라고 하면 퇴사부터 고민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로 통합니다.



왜 이렇게 리더가 되기를 꺼릴까?


1. 실패에 대한 두려움, 책임 회피


현대 조직에서는 리더가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성과는 조직 전체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패는 리더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된다고 말이죠. 이런 환경 속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눈에 띄는 성과보다,  눈에 띄는 실수를 더 두려워해야 하는 자리가 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빠른 커뮤니케이션 속도는 리더의 작은 실수도 곧장 공개적인 비판이나 평가로 이어지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리더는 항상 긴장하고 방어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긴장 상태 자체가 리더 포비아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2. 보상 없는 희생의 역할


“팀장이 되면 수당이라도 제대로 주나요?”  현장의 리더들은 이런 푸념을 자주 합니다. 직책만 늘어나고 실질 보상은 크지 않으며, 책임과 업무량은 대폭 증가합니다.


회식, 보고서, 중간관리자 회의 등 리더만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삶은 축소되고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이런 구조는 치명적입니다.  리더 역할이 곧 내 삶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애초에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책임은 늘고 보상은 정체된 현실이 리더직을 회피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3. 조직에 대한 불신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은 리더가 되어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윗선의 결정이 모든 것을 좌우하고, 리더는 그저 지시를 전달하고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은 리더라는 자리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리더는 모든 책임을 지되, 중요한 결정은 할 수 없는 무력한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구성원들은 애초에 리더가 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리더 승진을 거부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4. 갈등 관리 회피


리더는 구성원 사이의 갈등, 성과 차이, 감정의 충돌 등 불편하고 민감한 문제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업무보다 어려운 것이 ‘사람’이라는 현실에서, 리더는 늘 정서적 피로와 인간관계의 압력에 노출됩니다.

특히 MZ세대는 심리적 안정감과 감정 소모의 최소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들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보다,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자, 판단자 역할이 강하게 요구되는 리더라는 위치는 이들에게 부담과 피로의 상징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그냥 내 일만 잘하고, 조용히 일하고 싶다는 말은 단순한 핑계가 아니라, 정서적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심각할까?


리더 포비아는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상입니다.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등 주요 구직 플랫폼에서 진행한 다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의 60~70% 이상이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책임지고 싶지 않다,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내 시간과 자유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실제 기업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많은 조직들이 중간 관리자급 인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팀장 승진 대상자가 공식적으로 승진을 거부하거나, 그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리더 공백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팀은 존재하지만 책임자는 없고, 모두가 지휘 없이 각자 역할만 수행하는 구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조직 내 의사결정 지연, 방향성 부재, 책임 전가 현상이 반복되며,  성과와 실행력이 모두 약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HR 부서에서는 팀 리더를,  시키는 대로 하되 책임은 질 줄 아는 사람으로 양성하려 하나, 정작 그런 인재는 성장 동기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하거나,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애초에 핵심 프로젝트를 피하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리더 포비아는 단지 한두 명의 개인적 회피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재구조적 문제이자, 세대 인식의 전환이 만들어낸 문화적 리더십 진공 상태인 셈입니다.

 

 


리더가 되는 것이 두렵다는 감정은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조직 문화, 사회 구조, 보상 시스템, 세대 간 가치 차이, 그리고 갈등을 기피하는 정서적 경향이 깊게 얽혀 있습니다.

예전에는, 리더가 된다는 것이 자기 실현의 상징이자 명예로운 목표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손해 보는 자리, 감정 소모의 중심, 책임만 늘어나는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왜 리더가 되기 싫은가를 묻기보다,  왜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는가,  그 자리가 어떤 의미를 잃었는가를 먼저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리더 역할을  희생이 아닌 성장과 영향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역할 설계의 혁신, 책임과 권한의 균형, 감정 노동에 대한 인정과 보상,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 모델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리더가 되기 싫어지는 게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할 이유를 사회가 잃어버렸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리더가 되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사회. 리더가 되기 두려운 시대. 리더 포비아는 왜 심해졌을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리더가 되기 싫어지는 게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할 이유를 사회가 잃어버렸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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